카카오모빌리티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형식의 프로그램 기브셔틀
올해 5월 부터 10월까지(8월은 제외) 매달 다른 주제로 활동을 진행했다고 하고,
티켓을 구하는게 꽤나 어려웠다고 하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동네친구가 티켓 구하고 말해줘서 아주 우연히 가게된 기브셔틀
(가기 전날까지도 카카오모빌리티에서 하는건 지 모르고 있었음)
앱에서 티켓을 예매하고 회차당 참가자는 80명, 참가비는 전액 무료로 진행되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일정에 좀 빡센데..? 생각하면서도 사랑둥이들 보러 갈 생각에
평일 아침 출근하는 차들 사이를 뚫고 셔틀을 타러 도착한 종합운동장 주차장에 빨간 기브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무료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고 봉사하러 가는 거니까 그냥 아무 기대 없이 있었는데
카카오에서 아침부터 든든히 챙겨줘서 세심함에 약간 감동했다.
처음에 샌드위치 담긴 봉투가 너무 크고 폭신해서 기념 수건인줄 알고 손으로 꾹꾹 눌러본 건 안비밀 ㅋㅋ
멀미 + 약간 배부름 + 아침 일찍이라 아직 졸림 3콤보를 못 이기고 버스에서 꿀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여주 반려마루에 버스가 주차를 하고 있었다.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던 중에 만난 귀염둥이들
아마도 훈련사 선생님이랑 산책하면서 작은 훈련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착 하자마자 냅~다 봉사를 시작하는건 아니고
대강당에 다 같이 모여 전문가 강연을 듣고, 그동안 진행한 기브셔틀 활동 영상도 보고, 기브셔틀 굿즈도 받는 타이밍이 있었다.
오늘 전문가는 방송, 유튜브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설채현 수의사 선생님 이었는데,
강연 시작 전 궁금한 점을 미리 남길 수 있는 보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강연장 각 자리에는 빨간색 에코백이 하나씩 놓여있었는데 그 안에는 텀블러, 방석, 스티커가 들어있었다.
텀블러는 아무 행사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형태가 아니고 나름 신경 쓴 듯한 모양이었고
스티커는 텀꾸 하라고 넣어준 것 같았다. 방석은... 아마도 다른 프로그램 진행할 때 야외에서 필요해서 만들었겠지? 라고 예상
굿즈 외에도 이 캠페인에 대한 설명을 담은 작은 인쇄물도 들어있어서 강연을 기다리는 동안 읽을거리로 활용하기 좋았다.
본격적인 강연 시작에 앞서 기브셔틀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카카오모빌리티 담당자가 들려주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 그리고 오늘의 타임테이블 브리핑이 진행되었다.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으니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을 한 흔적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바로 진행된 설채현 수의사 선생님의 미니 강연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과 양질의 지식을 하나라도 더 나누고 싶어하는 열정이 만나
강연시간을 오버하면서까지 적극적이고 따뜻한 강연이 진행되었다.
자기 분야에 이렇게나 진심인 사람이 전문가로 사람들 앞에 서고 또 그 말에 힘이 담길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강연이 끝난 후에는 대강당에 앉아있던 자리대로 조가 나뉘어져서 각 조별로 본격적인 봉사를 하러 이동했다.
견사에 들어가기 전에 옷을 먼저 갈아입는데, 나눠받은 방진복이 꽤나 충격적인 비주얼 ㅋㅋ
옷 갈아입고 장화 신고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으로 완전 무장을 하고 견사에 들어간다.
우리 조는 12명으로 구성 돼 있었는데, 12명이 전부 다 한가지 일을 하는건 아니고 또 여기서 역할을 분담한다.
강아지들을 마당으로 내보내고 관찰할 팀 - 여기서도 또 바깥에서 똥 치우는 사람이 필요함
견사 내부에 있는 똥을 치워주는 팀 / 물그릇, 밥그릇 수거해오는 팀 / 수거된 그릇들을 설거지하는 팀 /
견사 내부 청소하는 팀 이렇게 많은 역할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냥 오늘 하루 와서 잠깐 하고 가는 일이지만
반려마루 직원들은 이 작업을 매일, 250마리 이상을 관리하는 견사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모든 일들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
금지된게 아니라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손과 발 그리고 눈까지 아주 바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내가 맨 처음 맡은 역할은 밖에 나간 강아지들이 똥을 싸면 바로바로 치워주는 것
그렇지 않으면 강아지들이 먹거나 밟고 돌아다녀 지저분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발견하는 즉시 치워주는게 중요하다.
(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지만 일단 에너자이저 강아지들 때문에 정신사납고 또 먹는 속도는 어찌나 빠른지... 아주 쉽지 않았다)
일 하던 중간에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분이 와서 찍어주신 사진
우리 견사 최고 사랑둥이 콜라가 안아달라고 뛰어든 순간을 잘 포착 해주셨다.
댕댕이 천국에 있으니 갑자기 생각나는 우리 집 할배 귀여워....
작은 강아지들 견사 청소가 끝나고 난 후 대형견 견사 청소도 진행했는데
대형견들의 똥은 마치 말의 그것... 몇 마리 없었는데 양이 어마어마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대형견 견사를 직원분이 소독된 고압수로 훑고 지나가면 물기를 빼내는 작업을 맡았는데
고작 10개 정도 했을까?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해 있었다.
사랑이 장착되어 있지 않으면 매일 하기는 정말 힘든 일
우당탕퉁탕 한바탕 지나간 봉사시간이 끝나고 오후 2시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다시 대강당으로 올라왔다.
별로 배고프다는 생각 없었는데 음식 냄새 맡자마자 반응하는 나의 배... 배 많이 고팠구나
여주에서 가장 후기가 좋기로 유명한 로컬 도시락 맛집을 찾아 섭외했다고 한다.
메인이 되는 프로그램도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작은 디테일들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운영 디테일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이런 작고 소소한 디테일들 그리고 한국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밥, 집에 갈 때는 양손 두둑히!를 실천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
식사 후에는 굿즈 텀블러를 가지고 1층 카페로 내려가 셀프로 아아메 한잔 내려먹기~
내가 여기서 커피 내리고 있으니까 직원처럼 보였는지 다른 봉사자 분이 커피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러 오셨다 ㅋㅋ
마음껏 드시라고 함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진 후 오후봉사로 강아지들 야외 산책을 진행했다.
이 때는 고양이 방에 들어가서 봉사를 진행할 수도 있었는데
나는 오전 견사 청소 때 계속 눈에 밟히던 아이가 하나 있어서 강아지 산책 봉사 팀으로 남았다.
웃는 모습이 사랑스러운 미소천사 모던 <3
마당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들 사이에서 매너 좋게 인사하러 다가오기도 하고 만져달라고 몸을 비비는 사람좋아 강아지
들어온 지 얼마 안돼서 다른 친구들이랑 떨어진 방에 혼자서 지낸다고 해서 마음이 쓰였다.
산책하면서 친구들이랑도 젠틀하게 인사할 줄 아는 예의왕 모던씨
반려마루 직원이 아닌 사람과 바깥 산책을 나온게 오늘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이렇게나 의젓하고 매너가 좋을 수 있나!!
나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인데도 내 걸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길래 놀랐는데
앞서가나 싶으면서도 다시 뒤를 돌아보며 눈을 맞추고
뛸까? 하는 말에 흥분은 하지만 또 내가 뛰는 속도에 정확히 맞춰서 옆에서 뛰어오는 모습이...
우리 모던이는 이전 주인이랑 좋은 시간들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여기에 오게 됐을까
한~~~~참 뛰어다니다가 이제 내가 체력이 안돼서 벤치에 앉았는데
폴짝 무릎으로 올라와 앉아버리는 모던
그리고 이렇게나 예쁘게 웃어준다고....
모던이 버린 사람은 매일 아침 식탁에 새끼발가락 찧어라
봉사 막바지에 반려마루 선생님들이 오늘 같이 산책한 강아지들과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주는데
이 사진에 모던이가 너무너무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우리 집 데려가고 싶지만.... 18살 할배랑 잘 지낼지 알 수 없으니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는 일
산책봉사까지 다 마친 후에는 다시 강당으로 들어와서
오늘 같이 산책한 강아지 입양 홍보 게시물을 만들고 오늘의 활동을 다 같이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전에 오늘 기브셔틀 후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포인핸드 뱃지를 준다기에 호다닥 포스팅 하고
그 포스팅이 근데 또 카카오모빌리티 담당자가 보기에 괜찮았는지
우수후기로 뽑아주셔서 마음 울컥해지는 책 한권도 선물 받았다.
나는 동물 한정 대문자 F이기 때문에 책 열자마자 눈물 콸콸
이렇게 하루 일정이 모두 마무리 되고 돌아가는 길까지 소소한 간식을 챙겨줬다.
아침 8시 부터 오후 4시까지 진짜 하루 종일 진행된 일정이었는데 너무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몰입해서 활동했다.
여주까지 오는 접근성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정말 매일 오고 싶을 정도..
같이 온 약 80여명의 봉사자들이랑 다 같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타러 간다.
잠깐이지만 오늘 만난 동물들이 우리를 통해 행복한 감정을 느꼈길 바라면서
유기동물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동물을 예뻐하기만 한다고 봉사가 되는게 아니라
예쁜 것 뒤에 있는 것들까지 사랑할 수 있어야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봉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을 입양하는 것도 같은 마음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으니 이런 센터에 이렇게나 많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거겠지만..
이번 기부셔틀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보호소를 차리겠다는 꿈을 다시 한 번 다시는 시간이 되었고
우리 집에 둘째 강아지가 있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 시간을 내서 움직일 수 있구나 하는
선한 영향력의 힘을 다시 한 번 실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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