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헤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숙소에서 나오자마자 한바탕 비를 맞은 나는 허기진 배를 채우고, 동시에 몸을 따뜻하게 해줄 음식이 필요했고
문득 어제 스쳐지나가듯 들은 엄마와 딸이 운영한다는 스프집이 떠올랐다.
멀리서 봐도 스프가게인것을 알 수 있는 간판 - SOUP
총 네종류의 스프와 일곱종류의 파니니가 메뉴에 있었고,
파니니 반쪽과 스프를 함께 주문하면 9,50유로로 배부르고 따뜻한 한끼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정성가득한 야채스프와 파니니.
After the rain comes, i just get into a small restaurant run by a mother and daughter. And they touch my mind with the vege soup.
스프를 먹자마자 쓴 짧은 글에서 그때 내가 받은 감동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정성스럽게 끓인 야채스프는 차가워진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고,어느것하나 신선하지 않은게 없었던 빵과 버터 그리고 치즈와 딸기까지 아낌없이 주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한끼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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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몸을 녹이고, 어제 오르지 못한 종탑에 오르기로했다.
8유로를 지불하고 티켓을 구매하면 바로 종탑으로 오를 수 있는데,
올라가는 계단과 내려오는 계단이 구분되어있지 않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서 길을 가야했다.
계속 같은 길이 반복되다보면 자연스레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올라오는데
그럴때 쯤 한번씩 현재위치를 알려주는 안내판이 눈에 보인다.
반쯤 올라오면 보이는 기계장치들
그리고 또 시작되는 계단과 어느순간부터 보이는 창밖을 잠시 내다보면,
브뤼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종탑의 꼭대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
의도한것인지 아닌지 눈에띄는 높은건물들 없이 비슷비슷한 높이와 색깔의 건물들이 조화롭다.
현실은 철조망때문에 풍경을 감상하는데 조금 방해되고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어 몸을 가누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높은곳에 올라와 눈에 걸리는 높고 화려한 건물이나, 산세가 없는 곳을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수많은 낙서들 중 눈에 띄던.
적당히 풍경을 감상하고, 잠시 사색에 빠진 후 올라온길로 다시 내려간다.
운하가 있는 도시에서 빠질 수 없는 보트투어.
타는곳이 여러군데였던 것 같은데, 종탑에서 내려와 가장 먼저 보이는 곳에서 티켓을 구매한 후 보트에 탑승했다.
투어 티켓 가격은 8유로
혼자서 보트를 타러 온 내가 안쓰러웠는지 출발할 때까지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던 캡틴.
내가 탄 보트에 유독 에스파뇰들이 많았는데, 그들은 전혀 영어를 하지 못했고
캡틴은 스페인어를 아주 잘 하셔서 모두가 만족스러운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영어로 설명하고 스페인어로 한번 더 설명하고, 두배의 일을 하면서도 중간중간 농담을 하며 웃음을 잃지 않던 캡틴.
걸어다니며 보던 풍경과, 물 위를 떠다니며 본 풍경은 사뭇 달랐고
용기내어 보트를 타지 않았으면 나중에 꽤나 아쉬울뻔했다.
보트에서 내려 바로 보였던 CASA PATATA 직역하면 감자의 집
CASA PATATA라는 상호에 어울리게 감자튀김이 주 메뉴였고,
제일 작은 사이즈를 시켰는데도 한참을 먹고도 남을 양이었다.
두껍게 썰린 감자가 이렇게 바삭할 수 있다니..
주인아저씨가 추천해주신 사무라이 소스와도 너무 잘 어울렸다.
나의 첫 유럽 벨기에에서도 첫 동네였던 브뤼헤에서의 이틀동안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일들이 있었고, 하나같이 좋은 기억들만 남겨주었다.
차분하고 소박하면서도 생기가 넘치는 벨기에 서쪽의 작은 동네 브뤼헤.
초콜렛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패스하고, 소문대로 맥주와 감자튀김 그리고 와플은 정말 기대이상이었다.
타지라서 마음이 들떠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가히 훌륭했다고 말 할 수 있다.
만약 이 글을 보고있는 당신이 브뤼헤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당일치기가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조금 더 머무르기를 추천한다.
천천히 머무르면서 골목골목 브뤼헤를 조금 더 느끼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브뤼헤에 잠시 동화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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